나는 언제나 개인의 공간, 개인의 시간을 존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공간과 내 시간을 존중받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것만 존중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존중받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더 조심하는 편이다.
날씨도 덥고 이래저래 갑갑한 마음에 혼자 책도 읽고 뭐든 끄적거리고 싶어 카페로 갔다.
우리 동네 카페고, 나만 아는 작은 카페도 아닐 뿐더러, 이 작은 시의 시민이라면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올 법한 큰 카페고, 누굴 만나서 어디갈까 할때, 거기? 던져볼법한 만만한 카페이므로, 나는 지인을 만났다.
지인이라기엔 아주 가까운 친구지만,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으므로, 그 순간 만큼은 그냥 지인과 별 다를 바가 없었고, 그래서 그냥 그렇게 표현하기로 한다.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나는 내가 이곳에 온 소기의 목적을 기분좋게 달성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소기의 목적을 하나 둘 달성하고 있었고, 그러는 와중에 평안을 찾고 있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의자 둘 남짓한 창가 자리를 내 공간 삼아 그저 내 시간을 채우고 있던 내게 지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고, 나는 끄적이던 노트를 덮었다.
인정한다. 반갑긴 했지만, 내 시간, 내 공간에 불쑥 침범한 그 지인이 불편했고 그것을 감추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너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내가 불편한거 같네. 꺼져줄게."
그저 만날 때마다 시시껄렁하게 주고받는 농담조이긴 했으나...
나는 개인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한다.
나는 방해받고 싶지 않다. 따라서 방해하고 싶지 않다.
나는 예상치못한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리고 그가 어디엔가-설사 그것이 트위터나 인터넷 가십 기사를 찾아 의미없이 휴대폰을 쓸어올리는 시시껄렁한 일일 지라도- 몰두하고 있을 때, 그것을 깨지 않는다. 그것이 깨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는 것은, 내가 미안해 할 일이며 그가 불편해하는 것 또한 내가 미안해 할 일이다.
그런데 너는, 나의 불편함을 나의 탓으로 돌리는 듯, 그렇게 말했다.
마치 내가 미안해야할 것 처럼. 내가 잘못한 것 처럼.
물론 숨기지 못한 사실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방해받은 것은 나인데 왜 니가 피해자인척 한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개가 아니듯이, 만나는 모든 순간 반가울 수는 없다. 마주침은 반가웠지만, 방해받는 것은 반갑지 않았다. 아니, 솔직해지자면, 불쾌했다.
요즘 내가 집을 갑갑해하는 이유를, 그래서 도망쳐나왔는데. 그 곳에서도 피할 수 없었다.
니가 아무말 없이 돌아섰다면, 나는 정말 미안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