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재학 | 2017년 기준 본과 3학년, 26/F
의대생활을 기록해보겠다고 호기롭게 개설한 블로그가 본과 생활은 고사하고 공부하다 힘들고, 사람에 지치면 들어와 신세한탄이나 늘어놓는 공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본과 1-2학년은 본디 그렇다고 합니다. 체력은 달리고, 사람에 지치고, 시험에 쫓기고, 행사에 시달리는, 그것이 본과 생활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1학년 첫 학기가 그랬습니다. 해부실습의 하루하루 소감이나 의학을 접하면서 느끼는 점들, 그런 것들을 기록해보고자 했지만 한 주 걸러 계속되는 시험에 해부학 실습 소감은 X뿔, 컴컴해지고서야 실습이 끝나도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강의실에서 꾸벅꾸벅 쓰러져가는 것이 2015년 1학기의 삶이었네요. 다음 학기부터는, 굳이 말하자면, 첫 학기에 비해 편했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루하고 진부한, 그야말로 쳇바퀴도는 듯한 생활 속에서 한 톨의 즐거움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본과 2학년부터는 1년간, '그래, 이게 의대지!'할 만한 임상 과목들을 배웁니다. 각종 내과부터 정신과, 신경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각 분과별 질환과 일차 진료의로써 이를 진단하기 위한 기초지식과 임상양상(증상과 신체검진, 각종 검사 결과 등)을 배우고 어떤 치료법이 있는지, 그리고 무언가 불편을 해소하는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지식들을 배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그것들을 배웠습니다.
의대생들이 방대한 양을 단시간내 외우고 시험을 퀘스트 달성하듯 클리어한다고 해서 그 지식들이 모두 장기기억으로 남지는 않습니다. 물론, 의학전문대학원이 무슨 의대냐-, 의대생 흉내 내지마라-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식들이 long-term하게 남지 않는 것은 네가 의전원생이기 때문이다-라고 비난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의예과로 입학하여 본과시절을 보내든, 의전원으로 입학해 본과시절을 보내든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부, 강의와 시험의 잔해와 배웠던거 같다-는 희미한 흔적만 남긴 채 깨끗하게 지워버립니다. 지우지 않으면 다시 채울 수가 없거든요.
아무튼 지금까지 의식의 흐름에 따른 지난 2년의 독백이었습니다.
듣자하니, 본과 3학년 부터는 (상대적인 것 같지만) 훨씬 여유로운 일정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학기는 길고, 방학은 짧으며, 등교보다는 출근에 가깝고, 출근 시간은 더 이르고, 여러모로 생활양식의 변화가 있겠지만, 개강이 다가오는 지금, 방학이 끝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면서도 실습에 대한 기대감이 부푸는 양가감정 가운데 갈팡질팡 하고 있네요. 그래서 이런 소개글도 남겨 봅니다. 올 해 (본과 3학년) 부터는 직접 병원으로 실습을 나갑니다. 교수님들을 따라다니며 환자들과 직접 만나고, 자연히 수많은 질환과도 마주하게 되겠죠. '인턴X'나 여타 인턴선생님들의 이야기는 할 수 없겠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2017년에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학년 PK로써 저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펼쳐 놓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장황한 글을 쓰고 있네요.
별 볼 것 없는 일상 블로그지만 그저 앞으로 제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접하는 생소한 세상으로, 누군가에게는 곧 경험하게 될 설레는 일상으로, 누군가에게는 과거를 추억하는 그리운 이야기로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꾸준히 기록할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하며.
January 06t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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