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변하지 않았는데. 남은 시간이 길다해서, 그 동안 변할 수 있나.
걔랑 나는 이미 끝난 관계. 굳어진 거리.
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이제 더이상 좁히고 싶지도 않다.
멀어진 거리를 좁히고 싶어해야만 인간적인 인간일까.
그냥 이대로 거리를 유지하고 싶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이대로 서먹한채 죽을 때 까지. 그러고 싶을 수는 없을까.
그게 정말로 나쁜 마음일까.
잘 모르겠지만.
인간적이라면 인간적일테고 나쁜 마음이라면 나는 그냥 나쁜 사람이 되련다.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 나를 갉아대고 싶지 않다.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수갑이고 철창이라면, 난 피해버리는 것으로 나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남보다 못한 사이라는게, 나쁜 '사이'이긴 하지만, 그 둘이 나쁜 사람들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걔와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인 채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로.
그냥 그렇게 끝내고 싶다.
더 이상의 진전도, 퇴보도 원하지 않아.
딱 이 정도 거리.
너와 내 사이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이 거리.
나는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