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 말하기엔 이른 나이긴 하지만, 나이를 들면 들수록 가장 와닿는 변화는, 타인에 대한 관심도인 것 같다.
원래도 이러쿵 저러쿵 남 일에 관심이 없긴 했지만,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에게 적대적이었던, 그리고 내가 적대감을 품었던 이들이 어떻게 살고있나, 나보다 잘 못지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로 그 사람들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을 조심스레 뒤적거리곤 했다. (실수로라도 좋아요라도 눌렀다간 큰일이었다)
여전히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그들의 불행을 바랐고 요행을 배아파했다면 이젠 so what? not in my business 이런 마음가짐이 되었다고 할까. 가끔 지인이나 부모님께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99퍼센트 이상 내가 그들을 싫어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은근슬쩍 던져주는 주제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관심없다고 하면서도 맘 속으론 발끈하며 '도대체 나한테 걔 얘긴 왜 하는건데?'하는 마음이 있었다. '어쩌라는거지?'라며 씩씩 거렸던 적도 있는 것 같다.
최근, 엄마가 춘향이 일본에서 취직 잘 했다더라-하는데 춘향이가 누군지 한참 생각해야했다. '아~ 걔? 그래?' 하고는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시원하게 먹어치웠다. 온갖 사건들로 내 인생 최대 억울함을 느끼게 했던 사람이었는데, 지난 수년간 생각도 한 적 없을 뿐더러 그 이름이 나왔을 때 누군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영 없는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나이가 들어 자연히 무던해진 것인지, 혹은 내가 예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렇다. 몇몇 이름이 떠오르기도 하고, 길 가다 반가운척 인사를 하기도 한다. 물론, 그쪽에서 나에게 오버스러울 정도로 반갑게 인사했을 때, 우리가 이정도 반가워 할 사인가 의아해하긴 했다. 얘 왜이러냐며 친한 친구와 카톡을 하기도 하고. 어찌됐든 이젠 하루 1분 짜리의 스쳐가는 시간으로 남게 됐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것.
참 별 거 아닌 시간 속에서 시간이란 뭔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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